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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의 뿌리, 스투시(STÜSSY)

marginata 2026. 1. 28. 23:28

스트릿의 뿌리, 스투시(STÜSSY)

 

오늘날의 스트릿 씬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스투시(STÜSSY)”는 스트릿 패션의 뿌리로 불린다. 이 브랜드의 역사는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한 명의 서퍼에서 시작됐다.

 

스투시의 창립자 숀 스투시(Shawn Stussy)는 원래 패션과는 큰 관련이 없는 서프보드 제작자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서프보드에 사인을 하듯 한 로고를 남겼는데, 그 로고가 오늘날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스투시 시그니처 로고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사인이 사실 숀 스투시 자신의 글씨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사인은 그의 삼촌인 화가 얀(Jan)이 남기던 서명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단지 서프보드에 넣는 로고였지만, 곧 그 로고는 브랜드 전체의 상징이 되었다.

 

스투시는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시작되었다. 숀 스투시는 자신이 입을 티셔츠에 이 로고를 찍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 티셔츠는 뜻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파도와 바람, 서핑과 해변의 자유로운 감성을 담고 있는 이 티셔츠들은 젊은 서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당시의 캘리포니아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흘러 넘치던 공간이었고, 스투시는 그 흐름을 옷에 담아냈다.

 

숀 스투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권과 씬을 탐색했고, 도쿄·런던·뉴욕에 존재하던 새로운 젊은 커뮤니티들과 연결되었다. 특히 런던과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DJ들, 그리고 보더(border)나 펑크 문화와의 교류는 스투시가 단순한 서프 브랜드가 아닌 스트릿웨어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투시는 70~80년대 영국 펑크 씬의 DIY 정신을 흡수했고, 기존 질서에 반항하며 스스로 옷을 만들고 문화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스투시는 단순히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팬층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은 스투시를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였고, 서프-스케이트-힙합이라는 문화의 결합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조합이었다. 이 복합적 배경 덕분에 스투시는 스트릿 패션 역사에서 “최초의 스트릿웨어 브랜드”로 불리고 있으며, 현대 스트릿웨어가 탄생하는 데 큰 영향을 준 브랜드 중 하나로 기록된다.

 

이후 스투시는 하나의 글로벌 스트릿 커뮤니티를 구축하게 된다. 런던, 도쿄, 뉴욕의 젊은 문화는 계속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고, 스투시는 그 중심에서 문화적 연결점이 되었다. 이 시기의 스투시는 대량 마케팅이나 광고보다 커뮤니티 기반의 입소문과 문화적 확산을 통해 성장했다. 그래서 스투시는 브랜드라기보다는 “무브먼트”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렸다.

 

한편 숀 스투시는 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스트릿웨어의 상업화와 함께 주목을 받았고, 브랜드는 더 큰 무대로 진출한다. 그러나 숀 스투시는 브랜드가 언더그라운드에서 벗어나 상업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시점에 결국 경영권을 친구에게 넘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의 이후 삶은 조용했지만, 그가 만들어낸 로고와 문화는 여전히 전 세계 스트릿 패션 안에서 살아남았다.

 

시간이 흘러 스트릿 패션은 다시 한 번 유행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2010년대 중후반, 고프코어와 스케이트 스타일, 빈티지 스트릿웨어가 다시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하며 스투시도 다시 조명된다. 특히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프(Kiko Kostadinov)가 스투시를 즐겨 착용하고 재해석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패션 커뮤니티는 스투시를 다시 바라보았다. 과거의 스투시 아이템과 숀 시절의 복각 컬렉션은 또 한 번 열풍을 일으켰으며, 개인이 리워크한 커스텀 스투시 제품들이 나타나는 등 문화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현대의 스투시는 로고플레이 기반의 담백한 디자인부터 트로피컬 감성이 담긴 그래픽까지 다양성을 갖춘 브랜드로 진화했다. 슈프림이나 베이프가 정통 스트릿 무드를 강하게 유지한 반면, 스투시는 고프코어, 아메카지, 캐주얼 등 다양한 스타일로 확장되며 폭 넓은 소비층에게 사랑받았다. 이 때문에 스투시는 스트릿 브랜드이면서도 스타일링 범위가 넓고 접근성이 좋은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또한 스투시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트릿 트렌드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된다. 스투시 x Nike 줌 스피리돈, 숏츠, 스웨트 셋업은 국내외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으며, 젊은 층뿐 아니라 패션 피플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외에도 MMW(매튜 M. 윌리엄스), 아워 레가시(Our Legacy) 등과의 협업은 스투시가 단순히 스트릿에 머무르지 않고 패션 전체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브랜드임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의 스투시 역사는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지만 관심은 뜨거웠다. 2008년 서울에 챕터 스토어를 처음 열었고 이어 홍대에도 매장을 운영했지만 일정 기간 후 철수했다. 이후 압구정에 서울 챕터가 운영되었고, 여러 국내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활동을 펼쳤다. 2025년 3월 서울 챕터가 문을 닫으며 한때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지만, 같은 해 9월 5일 스투시 본사 직영 챕터 스토어가 압구정에 정식 오픈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는 스투시가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한 대표적 사례였다.

 

이제 스투시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브랜드다. 서핑보드에서 출발한 작은 사인은 이제 글로벌 스트릿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브랜드는 여전히 “문화와 스타일의 연결”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투시는 스트릿웨어의 역사를 단순히 기록한 브랜드가 아니라, 역사를 만들어온 브랜드이며 앞으로도 그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