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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CELINE), ‘아동 신발’에서 ‘하이엔드 하우스’로

marginata 2026. 1. 4. 21:40

셀린느는 ‘아동 맞춤 신발’에서 출발해, 피비 파일로의 모던 미학과 에디 슬리먼의 리브랜딩·확장을 거치며, 이제 라이더 체제에서 다음 균형점을 찾는 하우스다.
 
 
셀린느(CELIN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명품 패션 하우스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시작은 지금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CÉLINE’이라는 표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지금도 관용적으로 ‘셀린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브랜드 이름이 주는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셀린느는 처음부터 화려한 패션 브랜드로 출발하지 않았다.
 
셀린느는 1945년, 셀린 비피아나와 남편 리샤 비피아나 부부가 파리에서 문을 연 작은 부티크에서 시작됐다. 놀랍게도 이곳은 여성복이나 가방이 아닌 맞춤 아동용 신발을 제작하던 매장이었다. 아이들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였지만, 착용감과 내구성, 마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매장은 점차 확장되었고, 아동용 제품을 넘어 여성들을 위한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이 시기부터 셀린느는 ‘매일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성장은 1990년대 들어 한 단계 더 도약한다. 1996년, 셀린느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디올(Christian Dior), 펜디(Fendi), 지방시(Givenchy) 등을 보유한 LVMH 그룹에 인수되며 글로벌 명품 하우스로 편입된다. 이 시점부터 셀린느는 디자인뿐 아니라 유통, 마케팅, 브랜드 운영 전반에서 대형 하우스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게 된다.
 
셀린느의 이미지가 지금과 같은 ‘모던 럭셔리’로 굳어진 데에는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2008년 그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셀린느는 다소 보수적이고 정체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피비 파일로는 브랜드의 중심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미니멀한 실루엣, 현실적인 여성의 삶을 고려한 디자인, 절제된 색감은 빠르게 공감을 얻었고, 셀린느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로 떠오른다.
 
이 시기에 출시된 러기지 백, 트라페즈 백, 트리오 백 등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기성복 컬렉션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셀린느의 디자인을 따라 한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며 ‘셀리니즘’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셀린느는 커리어우먼을 위한 실용적이면서도 지적인 옷의 상징이 되었고, “입는 사람을 과시하지 않는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확립했다.
 
하지만 이 안정적인 흐름은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합류로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린다. 피비 파일로(Phoebe Philo)가 떠난 뒤, 셀린느는 에디 슬리먼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이했고, 브랜드는 전면적인 리셋에 가까운 변화를 겪는다. 로고에서 악센트(é)를 제거하고 글자 간격을 좁히는 것부터 시작해, 브랜드 비주얼과 무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에디 슬리먼 체제의 셀린느는 훨씬 날렵하고 록적인 감성을 띠었으며, 기존의 편안하고 절제된 이미지 대신 LA 보헤미안과 파티 컬처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채워졌다. 특히 깡마른 실루엣의 모델 캐스팅과 생 로랑(Saint Laurant)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기존 셀린느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 셀린느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고, 반대로 새로운 세대에게는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받아들여졌다.
 
에디 슬리먼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복 라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셀린느의 영역을 확장했다. 초반에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남성복이 큰 주목을 받으며 셀린느는 다시 한 번 “가장 핫한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실제로 MZ세대 사이에서 셀린느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트리옹프 캔버스 가방이나 로고 플레이 의류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이와 함께 셀린느는 향수와 뷰티로 영역을 넓혔다. 2019년 하이 퍼퓨머리(고급 향수) 컬렉션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브랜드 최초의 메이크업 라인 ‘셀린느 보떼(Celine Beauté)’를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셀린느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하우스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셀린느에게 꽤 큰 의미가 있다. 패션 하우스 입장에선 뷰티가 단순 부가사업이 아니라 브랜드 접점과 수익 구조를 만드는 핵심 축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5년, 셀린느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에디 슬리먼의 뒤를 이어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것이다. 그는 피비 파일로 시절 셀린느에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인물로,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확장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셀린느의 역사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흘러온 적이 없다. 아동 신발에서 출발해, 실용적인 여성복을 거쳐, 미니멀리즘의 정점과 과감한 리브랜딩을 모두 경험해 왔다. 지금의 셀린느는 그 모든 변화가 축적된 결과물이며, 또다시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셀린느는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있지만, 동시에 늘 패션의 현재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브랜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