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시작해 럭셔리로 완성된 패딩의 역사, 몽클레어
몽클레어는 흔히 프랑스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거지로 활동하는 하이엔드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국내에서는 원래 발음에 가까운 ‘몽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지만, 한국 공식 표기는 ‘몽클레르’이다. 브랜드명은 프랑스 알프스 인근 그르노블 지역의 지명인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Monestier-de-Clermont)’에서 유래하였다.
1952년 프랑스에서 르네 라미용(René Ramillon)에 의해 몽클레어라는 브랜드가 탄생하였다. 창립 초기의 몽클레어는 지금의 화려한 패션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등산가들을 위한 침낭, 외부 덮개가 달린 텐트, 고산지대 작업자를 위한 방한 장비 등을 제작하는 순수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였으며, 의류보다는 장비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던 회사였다.
1954년 설립자 르네 라미용의 친구이자 프랑스의 전설적인 산악인 리오넬 테라이(Lionel Terray)가 고지대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구스다운을 넣은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모습을 보고, 이를 제품으로 개발해 달라고 제안하였다. 이를 계기로 몽클레어는 세계 최초의 퀼팅 다운 재킷이라 평가받는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 라인을 선보였고, 이는 이후 몽클레어 패딩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몽클레어는 기존의 무겁고 투박했던 러시아식 구스다운을 개량해 보온성과 활동성을 동시에 갖춘 다운 재킷을 선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8년에는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에서 프랑스 국가대표 스키팀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며 브랜드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확실히 입증하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몽클레어는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럭셔리 패딩 브랜드 몽클레어의 모습은 2003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이탈리아 사업가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몽클레어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본사를 밀라노로 이전하고, 패딩을 기능성 의류가 아닌 ‘럭셔리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하였다. 고급 원단 사용, 가격대 상향,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의 매장 전략을 통해 몽클레어는 명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후 몽클레어는 패션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엔드 라인과 패션쇼를 도입했고, 2006년에는 오트 쿠튀르 감성의 컬렉션인 ‘몽클레르 감므 루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0년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를 약 1조 5천억 원에 인수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몽클레어는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06년 편집숍을 통해 처음 소개되며 브랜드를 알렸고, 2010년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넓혔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현재는 ‘몽클레르 코리아’를 통해 직접 진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몽클레어는 ‘패딩계의 샤넬’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프리미엄 다운 재킷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슬림한 실루엣, 허리 라인을 살린 디자인, 과감한 컬러 사용이 특징이며, 안쪽에 만화 형식으로 관리법을 안내하는 라벨 역시 몽클레어만의 시그니처 요소다. 특히 40~50대 여성 소비층에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이며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만큼 가품 유통도 많고, 가격 인상 주기도 잦은 편이다. 2023년 기준으로 경량 패딩은 200만 원대 중반, 숏패딩은 300만 원대, 롱패딩은 3~4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다만 비주력 상품이나 아울렛에서는 운이 좋을 경우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기회도 있다.
몽클레어는 패딩 외에도 바람막이, 맨투맨, 후드티, 반팔티, 신발, 향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하고 있으며, 의외로 의류 라인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는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재고를 철저히 관리하는 브랜드로, 인기 모델은 시즌을 놓치면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4년 이후 생산되는 몽클레어 패딩에는 동물 복지를 고려해 천연 퍼 대신 인조 퍼나 양모가 사용되고 있다. 로고 역시 브랜드의 역사와 함께 변화해 왔는데, 초기에는 산을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하다가 1968년 올림픽을 계기로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을 모티프로 한 현재의 로고를 사용하게 되었다.
산을 위한 장비로 출발해 도시의 겨울을 상징하는 럭셔리 패딩으로 자리 잡기까지, 몽클레어는 기능과 패션을 동시에 끌어올린 드문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몽클레어를 단순한 ‘비싼 패딩’이 아닌 하나의 패션 하우스로 평가받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스타일 스토리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메종 마르지엘라의 비밀스러운 세계 (1) | 2026.01.09 |
|---|---|
| 형태를 넘어 몸과 공간을 잇다, 이세이 미야케 (1) | 2026.01.08 |
| 프랑스 남부의 햇빛에서 태어난 브랜드, 자크뮈스 (0) | 2026.01.08 |
| 기술로 완성된 아웃도어의 정점, 아크테릭스 (0) | 2026.01.07 |
| 시간을 넘어선 이름, 롤렉스가 럭셔리 시계의 기준이 된 이유 (0) | 2026.01.07 |